호텔카지노사랑 52화
호텔카지노사랑 52화
승빈은 며칠간 아무에게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혼자 안양 1번가를 배회하며 술을 마셨고..
간혹 '로얄경마' 에 들러 마지막 한방을 노려보기도 했다.
4일째 되는날 ..
승빈은 가지고 있던 십여만원을 모두 써 버렸다.
몸은 술에 쩔어 엉망이 되어 있었고..
로얄경마 오락실에 앉아, 거기서 주는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밤을 새울 작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새벽이 되자 그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
화장실에서 거울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그는 혼자 생각했다.
'그래.. 지금은 돈이 중요한게 아니다.. 미숙이... 내 아기...'
번뜩 정신을 차린 승빈은 서둘러 오락실을 빠져나왔다.
완전히 망가진 자신을 보며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래! 이미 밑바닦을 봤어...난 더이상 떨어질 곳도..나빠질 것도 없다..
나만 바라보며 기다리는 미숙이가 있는데...내가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지?
그래.. 그녀에게 가자!가서 다시 시작하자!돈은 다시 벌어서 갚으면 된다....'
그제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승빈은 제발 미숙이가 자신을 받아주길 빌면서 그녀의 방으로 뛰기 시작했다.
눈물을 한 손으로 훔치며 연신 '제발 제발' 이라며 중얼거렸다.
그는 단숨에 미숙의 방 앞까지 달려와서는 문 앞에서 숨을 골랐다.
"똑.똑."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승빈은 다시 한번 손에 강도를 더하여 문을 두드렸다.
"쾅.쾅."
하지만 그녀는 집에 없었다.
'부모님 한테 갔나? '
전화를 걸어보고 싶었지만.. 그녀가 반기지 않을것만 같아 그럴수도 없었다.
3일간 연락도 없다가 지금 원룸 앞에 와있다고 전화한다는건 너무 뻔뻔한 짓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30여분간 문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있다가,
어깨에 힘이 빠진채 자신의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새벽 5시 경...
전화벨이 울렸다.
깊은 잠에 빠지지 않았던 승빈은 벨이 3번도 채 울리기 전에 핸드폰 폴더를 열 수 있었다.
미숙이였다.
"오빠..."
그녀가 울고 있었다.
"자기야... 무슨 일이야? 왜 울어? 응? "
".........."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 흐느끼고 있었고...
저쪽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승빈은 안절부절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너 지금 어디니? 옆에 누가 있어? "
승빈은 나쁜 생각을 했다.
그녀가 너무나 서럽게 울고 있었기에...
납치 되었거나 강간 당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아니에요.. 아무도 없어요,.. 여기 군포 집이에요.."
그녀의 말을 들은 승빈은 길게 한 숨을 쉬었다.
"근데 왜 울어?자기 무슨 사고 당한줄 알고 놀랬잖아~ "
"........."
집이라는 말에 안도는 할 수 있었지만 그녀의 흐느낌이 계속 되었기에 승빈은 초조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먼저 전화한건 그녀였기에......
그녀가 먼저 말을 해 오길 기다릴 수 밖에..
얼마정도 였을까....
한참이나 정적이 흘렀고..그녀가 조심스레 말을 해 왔다.
"오빠......."
"응.. 듣고 있어.. 말해.."
"나.... 나 오늘 병원갔다 왔어요..."
"............"
승빈은 처음에 그게 무슨 뜻일줄 몰랐다.
"나... 수술했어요.... 흑흑.. 오빠... 나 죽고 싶어......"
"........."
승빈은 전화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전화기를 잡고 있던 손은 물론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마지막 한방을 노리며 경마 오락실에 빠져 있을때...
미숙은 차디찬 병실에 누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는것을 생각하니 미칠것만 같았다.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다.
하루만 빨리 정신을 차렸더라면...
아니...차라리 하루라도 빨리 경마장에서 돈이 다 떨어졌더라면..
마치 자신이 둘의 아기를 죽인것만 같아...승빈은 밤이 새도록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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