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카지노사랑 36화

호텔카지노사랑 36화​ 

다행인지 불행인지.....

승빈은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걸 눈치채고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오빠.. 저 미숙이에요...."

"응... 어제  못 올라가서 정말 미안해... 정말루.."

"오빠..  저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어요. 아직 강원도 맞죠?  

나쁜생각 하지말구 거기 계세요..네?"

뜨끔했다.

마치 자신이 자살할 결심을 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미숙은 승빈에게 나쁜생각 하지 말아라고 다그쳤다.

그녀는 두시간쯤 후에 고한역에 도착했다.

마중나가는 것이 당연했지만 승빈은  도저히 움직일 힘이 없었다.

속은 엄청 쓰려서 신물이 올라왔고..     

마치 심한 감기에 걸린것처럼  정신이 혼미했다.

그가 설명한대로  이리저리 찾아 해맨 미숙은, 겨우 구석진 곳에 있는 여인숙을 찾았다.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소주병.  옷은 다 구겨진채 한쪽 구석에 처박혀있었고.....

초췌하게 식은땀을 흘리며 누워있는 승빈을 보자 

미숙은 온몸에 힘이 쫙 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빠.. 어디 아픈거에요? "

당황한 듯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응.. 그냥  몸살 감기같아.. 너무 신경쓰지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대로 두어서는 안될것 같았다.   

그녀는 안절부절 한참을 망설이더니  뭔가 결심한듯 밖으로 나갔다.

시장안에 있는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간 미숙은  주인에게 사정사정 해서  

매뉴에도 없는 죽을 끓이게 했다.

죽이랄것 까진 없지만.... 하여튼 그녀는  

참기름과 간장을 약간 넣고끓인 밥죽을  승빈에게 떠먹여주었다.

"오빠..."

"........."

"괜찮으니깐 어떻게 된건지 이야기 좀 해주세요... 네? "

그녀가 떠 먹여 주는 밥죽을  겨우 삼키며,   

승빈은 조심조심  며칠간 있었던 일을 다 털어놓았다.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경마를 했고, 다시 그걸 만회하기 위해 카지노를 찾았고...

결국엔 3천만원을 다 잃고  죽을려고 수면제 까지 먹었다는 소리를 듣자  

미숙은 잠시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현민에게 빌린 8백만원은 차마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제일 친한 친구에게 까지 돈을 빌렸다는 소리를 하면, 

그녀가 자신을 인간으로 안볼것만 같아서....

"오빠... 사람은 누구나 실수란걸 하잖아요..   

그깟 돈이야 벌어서 값으면 되죠 뭐...

일단 제가 쪼금 보탤테니깐  차근차근 일해서 갚아나가요 우리..."

물끄러미 자신을 쳐다보는 승빈에게 그녀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때 아빠한테 받은 돈  어차피 지금 쓸데도 없거든요...   

한 5백정도 있는데 그걸로 일단 급한거 막으세요.."

승빈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야~  내가 무슨 염치로 그돈을 받니?    

그런 생각 하지마..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께.."

정색을 하며 그가 말했다.

그러더니 그녀가 약간 화를 내면서..

"오빠 일이 제 일인데  어떻게 모른척을 해요?    

정말 그렇게 말씀하시면 너무 섭섭해요..

그냥 받는다고 생각하기 말고  빌리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되잖아요... "

"..........................."

아무 말도 못하는 승빈과는 달리 그녀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리구..  나 집에다가  안양에서 혼자 자취할꺼라고 이야기 했어요. 

그러면 오빠랑 이제 같이 있을수 있어요."

"정말? 집에서 자취를 허락해줘? "

그녀가  부모님 몰래 동거를 하자고 제안해 오자 승빈은 눈이 커졌다.  

"나 담달부터 병원으로 실습나가거든요.. 졸업하면 바로 거기 취직할거 같아요.

근데 새벽에 지하철 타고 가기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 하니깐, 

아빠가 안양에 방 하나 얻어 주신다고 그러셨어요.

안양에서는 버스 한번만 타면 되는거 아빠도 아시거든요..."

"아......."

"그러니깐.. 우리 같이 열심히 일해서 카드빛 갚구.. 저 정식직원으로 발령나면 

그때 결혼해요.. 응? "

뜬금없이 그녀가 결혼 이야기를 해 오자 승빈이 약간 당황했지만,  

당장 하자는 것도 아니었기에.....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아...알았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겠니..니가 시키는 대로 할께.."

그의 다짐을 받아 내자 그녀가 아이처럼 웃어보였다.

그날...

밤이 늦도록  그녀는 정성껏  승빈을 간호했다.    

밖에 왔다갔다 하면서  승빈이 먹고싶다는 것을 사다 날랐고.

근처 세탁소에 가서 급속 드라이크리닝도 부탁했다.

누워있는 승빈의 이마에 물수건을 올리기를 몇시간..

그가 잠들고도  한참이나 지난 후에야  

미숙도 겨우 힘든 몸을 누이며 잠을 청할 수 있었다.

-- 유림의 일기 중 --

힘이 하나도 없는 빈이에게  아무말도 해 주지 못했다.

하긴 내가 무슨 염치로....

이렇게 까지 된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

그러면서도 아직 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건 왜일까....

빈이한테 아무 일 없어야 하는데...

빈아.. 제발 나쁜 생각 하지마~

나는 호텔에서 이렇게 편하게 자는데...

방값이라도 남겨 놓았을까? 아.. 걱정돼 미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