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카지노사랑 43화

호텔카지노사랑 43화 

​낮이면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어느 봄날.

승빈은 수원의 한  PC방에서 '호텔 캘리포니아' 를 듣고 있다.

이제는 자신의 여자가 아닌 그녀가 너무나 보고 싶어서...

다시 돌이킬 수는 없지만 너무나 그 옛날이 그리워서...

해드폰에서는 '이글스' 우울하면서도 현란한 기타소리가 들려오고...

자욱한 담배연기...  

띄엄띄엄 불을 밝히고 있는 네온..    

이 깜깜한 실내는  그의 암울한 앞날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이제는 접속차단을 해버려, 찾아 들어갈 수도 없는 그녀의 미니홈피를 계속 클릭해보고....

바뀐지 오래된 그녀의 전화번호를 무의식 중에 눌러본다.

5월에 결혼을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냥 그녀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밖에 없다.

포기하기 까지는 너무 긴 시간이 흘렀다.

아니...

아직 포기를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헤어진지 1년이 지난 어느날.

승빈은 과거 그녀와의 너무 아름다운 추억이 있던 그 원룸을 다시 찾아갔다.

멀리서.... 아주 잠시만이라도 그녀가 보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의 남자와 함께 뭐가 좋은지 깔깔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다 승빈을 발견한 그녀.

그 남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승빈에게 너무나 매몰차게 대했던 미숙.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밤에...

지금의 그 남자가 보는 앞에서 그녀는 승빈에게 마구 화를 냈었다.

'이젠 제발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 라구......

그녀의 절규가 너무나 애절했기에...

승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다.

그저 '미안했구... 행복하게 살아...' 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는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제발...제발..' 을 여러번 외쳤던 그녀였기에....

이젠 정말 얼굴을 보는것도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미워하는 것일까....

라며 생각을 하며...

그래도,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한다고 했었던 사람인데... 

도박이란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승빈은 새삼 깨닫는다.

돈을 빼앗아 가는것은 물론.

목숨과도 바꿀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을......  

하루아침에 꼴보기 싫은 왠수로 만들어버리는 도박.

심장이 뛰고 있었고.. 손과 발이 선명히 보이기 시작했던  내 아기를.....

한번도 '엄마.. 아빠...' 라고 불러보게 하지도 못한채..          

아니.... 눈 한번 마주치게도 못한채 보내야 했다.

승빈과 미숙은.... 

너무나 사랑했던 서로를 닮기를 바라며 

기형아로 태어난다 해도 사랑으로 키워낼 생각을 하면서... 그토록 마음을 다잡았는데..

둘.... 아니. 셋을 갈라 놓은건 그녀의 병이 아닌

승빈의 도박중독 이었다.

그는 지금 8번째 계속 반복되고 있는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아기까지 죽여가면서 도박을 해야 했던가... 하며 슬퍼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직 한탕의 꿈을 완전히 깨지 못한 자신이...

딱딱한 키보드를 두드리며..  

개슴츠레한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낀다.

술을 한잔 마셔도...

아니 몇병이나 마셔도...

밀려오는 그리움의 파도는 점점 거세지기만 한다.

작년 여름.

승빈은 그녀와의 추억이 있던 많은 장소를 홀로 여행했었다.

강촌. 남이섬. 안양. 수원. 경마장. 월미도.파주.....

다니는 곳곳마다 베어있는 미숙의 향기를 느끼면서..

그는 더욱 깊은 외로움에 빠졌다.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아니.....다시 그런 사랑을 해 볼수는 있을까?

두려움에 손가락을 떨면서....  

10번째 반복되는 '호텔 캘리포니아'를 들으며...

승빈은 오늘도 마음 속 깊이 울고있다.